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65학번 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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歲 論: “ 앉기만 해도 일이 슬슬 잘 풀리는 의자 “
 김영식    | 2019·07·02 15:50 | VOTE : 32 |

歲 論: “ 앉기만 해도 일이 슬슬 잘 풀리는 의자 “

이 곳 일산에 온지도 벌써 3년이 지났고, 주변의 지리나 명소들을 어느 정도 파악이 되었지만, 최근에 새로 알게 된 운정 공원은 내게는 뜻밖에 굴러온 복덩이 같은 것이 되었다.

우선 명칭이 말해 주듯이 이 공원은 내가 사는 일산과는 인접해 있다는 것 외에 다른 의미는 없고, 이 공원은 우리 집에서 나와 15분 정도 파주 방향으로 걸어야 하는 위치에 있고 행정 구역 상으로도 파주시에 속해 있다.

소개서에는“운정 호수공원” 으로 나와 있지만 일반적으로 유비파크 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홍수 등 재해 방지를 위한 습지형 생태 공원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이 공원은 요즘 선전되고 있는 운정 대단위 아파트 단지 내에 있으며, 거의 20만 평에 가까운, 또 그 절반이 호수로 되어 있는 대규모의 공원이다.

개장은2014년에 되었다는 말이 있지만 내가 찾아다니기 시작한 2년 전쯤 에야 심어놓은 나무나 꽃들이 자리 잡아 가면서 이제야 공원 다운 모습을 갖추었다고 보인다. 지난 봄에는 호숫가에서 암수 꿩 한 쌍을 본 적도 있는 만큼 자연적 생태 공원의 모습을 보인다.

거리의 변화

처음 이 공원을 찾았던 2년 전에는 이 공원이 거의 황량한 느낌을 줄 정도로 별로 공원 다운 모습도 없었고, 나는 단지 이 호수 공원을 둘러 산 2km 가 넘는 산책로를 조깅을 할 생각으로 찾곤 했다. 이 공원의 단점 중 하나가 이 공원을 둘러 싸고 있는 도로들이 대부분 8차선 도로라는 것이고, 특히 일산 파주를 잇는 도로들을 대부분 공사 차량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그 때는 일산에서 파주를 잇는 도로( 경의로 )의 대부분은 황량한 벌판을 가로 지르는 형태로 되어 있어서 별로 구경거리도 없는 상태였다. 경의 전철선이 옆에 있었지만 탄현역을 떠나면 곧장 금촌 까지 연결되는 형태였고, 최근에 들어서서 비로소 중간에 야당역, 운정역, 금릉역 등이 새로 설치되었다.

지난 해부터 경의선을 따라 파주까지 이어졌던 경의로 일부 구간에도 그 도로 주변에 아파트 주민을 위한 편의, 위락 시설 들이 섰고, 그 건물들이 새로운 상가 형태를 갖추고 자체적으로 발달함에 따라 그 황량함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 사이에 운정동을 비롯한 이 지역에는 계속적으로 아파트들이 건축되었고, 대부분 30층을 넘는 고층의 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그 많은 아파트를 보면서 과연 이 많은 아파트들이 전부 팔릴 수 있을 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엄청난 규모였다, 그 중의 1/3 이 임대라는 말을 들었지만 어쨌든 새로운 붐 타운이 조성되고 있었다.

이따금 TV 에도 출연하여 부동산 관계 인터뷰도 하던 동료 교수가 지나가는 소리로 “우리나라는 지금 집이 남아 돌아 간다 “고 했던 말을 연상하면서, 앞으로는 인구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 더불어 이것이 계획적인 의도 속에서 이루어 지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공원내의 시설로는 두개의 커다란 호수 외에 유비 파크, 스카이 브리지, 에코토리움, 인공 식물섬, 등이 있으나 유비 파크 등은 1년 내내 공사중이라 고 하면서 출입이 금지되고 있다. 공원 입구 쪽에 한 때는 식당, 편의점이 있었으나,지금은 다 사라졌고,커피 등을 파는 집 하나만 남아 있다. 관리가 안되고 있다는 말이다. 부분적으로 공원이 황폐화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곳 곳에 벤치등을 마련해 놓았으나, 태양이 작열하는 때에는 그나마 시설해 놓은 차양막도 견딜 수 없을 정도이고, 그늘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앉기만 해도 일이 슬슬 잘 풀리는 의자."

이렇게 단점을 늘어 놓으면서도 70대 중반의 노인이 어슬렁 거리며, 운동시설도 이용하면서 거기에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다면, 그 공원은 꽤 괜찮은 공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공원에서 내가 찾은 위안은 시설이 아니라 엉뚱한 장소에서 발견한 글귀였다.

그 날도 조금은 더웠던 날씨에 더위를 피할 그늘을 찾다가, 분수가 멋있게 솟아 오르는 광경을 볼 수 있는 자리를  발견했다. 다른데와 같이 그 곳에도 벤치가 하나 있었고, 여기에는 그 앞에 등받이가 없는 긴 의자가 같이 놓여 있었다.

바람도 잘 불고 그늘도 진 그 긴 의자에 앉아서 쉬다가, 나는 내가 들고 간 읽을 거리를 보고 있던 중 무심코 그 의자 끝에 붙어 있는 양철 조각에 글이 있는 것을 보았다. 오래 되어 녹도 쓸었고 새 똥도 묻어 있었지만 닦아 내고 보니 거기에는 " 앉기만 해도 일이 슬슬 잘 풀리는 의자 " 라는 글이 박혀져 있었다.

주민 일동이 써 놓은 것으로 보인 이 글은 왠지 모르게 웃음을 띠게 만들면서, 그 것을 써 놓은 사람들의 장난기가 머금은, 그러나 다른 사람의 마음을 기분좋게 해주는 사랑의 묘약 같은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마 내 생각으로는 이 글을 써놓은 사람들도 자기들의 남의 행운을 빌어 주는 이 글로 자신들의 마음을 풍족하게 가지고 싶었는 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기분을 풍족하게 해주는 생각들이 더 많은 전파력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단순히 요행을, 재수를 빌어 주는 것과는 다른 질의 마음 가짐이다.

보통 일주일에 한번 정도로, 주로 주말에 가까운 날에 이 공원을 가는 것을 습관처럼 하여 방문하고자 했다. 어떤 날은 이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어서 다른 곳을 찾아 가기도 했지만 집에 돌아 가기 전에 반드시 이 자리를 찾고는 했다.

어느 知人이 나의 얘기를 듣고 " 그래, 일이 잘 풀리니?" 하고 짓굳게 나에게 물었다. 일주일에 서너번 외출을 하고 일요일에 성당에 가는 것을 뻬고는 대부분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일이 많아 졌는데, 내 얼굴 표정을 읽어 보는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집 사람이 내 얼굴 표정을 보고는 그 전염을 받았는지 별로 그 반응이 나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됬지". 하는 생각으로 나도 그 기분을 맞춰 준다.

내가 하는 일

공원에 가면서 들고 가는 것은 내가 쓸 글에 이용할 자료들이다. 대부분 E-mail 을 통해 뱓는 것들인데, 대체적으로 A4 용지 4장 분량의 글을 쓰려면 그 자료는 40여 페이지 가량의 분량이 필요하다. 어떤 때는 한국 관계 기사 이지만 외국의 소스를 통해서 보아야 할 때도 있다.

일년에  내가 쓰는 종이 분량이 전부 800 여장에 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 E-mail 이기 때문에  그냥 읽어 볼 수도 있지만 얼마 전부터 시력이 약해 지면서 프린트 물로 보는 것이 더 좋은 것으로 보였다.

대체적으로 남-북관계, 주변 정세, 군사관계, 경제 관계 등을 포함하여 대부분 미국의 연구소, 신문, 학술 잡지 등을 통해   자료를 얻게 되는 데, 그 mail 의 분량은 엄청 난 것이다. 보통 일요일을 제외 하고는 하루 평균 20여통, 두개의 주소로 받고 있기 때문에 많을 때는 50여통을 보게 되는데 하루의 반을 보내는 때도 있다.

대개는 위에 적은 시사적인 국제 문제를 중심으로 보지만, 때로는 복지, 노동문제, 보수 철학의 문제, 저춠산과 같은 문제도 포함하여  그 관련 자료는 내 방을 넘어 거실 까지 점령할 정도로 어지러이 널려져 있다.

내 글은 홈페이지와 동숭 컬럼에 실리기는 하지만 내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숫자는 엄청나게 많은 기록을 보이고 있다. 그 반응은 일주일 내에 100회를 넘어 서며, 한 달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공원에 이 자료들을 가지고 가서 읽는 다는 것은 그 과정이나 내용이 사치스럽게 보일 정도로 나에게는 과분한 여유로 보인다. 다만 나에게 그런 여유를 누리게 해주고 글을 쓰게 해준 모든 것에 감사를 표하고 싶을 따름이다

그 공원에 갈 때는 커피를 4잔 정도를 끓여 보온 병에 넣어가거나 시간이 허락하면 여기에 비스케트를 추가해서 들고 가서 보통 오후 1시 30분 부터 4시 30분 까지 글을 읽게 된다. 그 공원에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이 역설적으로 이 공원을 선호하게 되는 원인이 되었는지도 모른다.

그 공원에 가는 또 다른 목적은, 특히 날씨 좋은 날을 택해 가는 것은 자료를 보다가 가끔 하늘을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 곳에서 보는 하늘은 서울의 하늘 보다는 물론이고 일산의 하늘 보다 더 푸르른 빛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일산을 뒤덮고 있는 스모그 띠 같은 것이 뚜렷이 보일 정도로 이곳의 하늘은 푸르러 보이고, 특히 북서 쪽 하늘은 푸르다 못해 짙은 색을 더한 것 같은 깊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눈의 피로를 풀어 주는 느낌이다.

그러나 날이 더워 지면서, 4시가 지나면 해도 더 뜨거위 지면서 이 자리도 견디기 힘들 정도로 되어 다시 그늘을 찾아야 하는 때가 되었다.

이 좋은 자리를 ---

얼마 전에 이 지역 출신 의원인 국토부 장관이 일산, 운정 지역의 주민들에게 불만을 터트리게 만든 정책 발표가 있는 후, 우리 아파트에도 퇴진을 요구하는 궐기를 외치는 유인물이 나돌기 시작했다. 유인물에는 이 일산, 운정 지역 주민의 오랜 요구사항인 교통 문제, 집값 하락 문제 등과 관련된 민원이 해결 안되는 상태에서, 이 지역보다 서울에 더 가까운 지역의 새로운 개발을 발표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었다.

앉기만 해도 일이 슬슬 잘 풀리는 자리를, 최근에 언론에 회자되는 모 정당의 여성 페스타에서 나온 엉덩이 춤 해프닝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주최 측도 인정해서 인지 몰라도, 프로그람에도 없었고, 리허설에도 없었던 것이 갑자기  튀어 나왔다는, 돌발성을 강조하는 사람들이나, 이것을 보도하는 언론을 탓하는 말이나, 이 의자에 와서 잠간 몇 분이라도 생각에 잠겨 보고, 다른 사람들을 즐겹게 해 주려는 행동이나 내용은 어떤 것을 포함해야 하는 것인지, 더군다나 정당이란 이름을 빌려서 권력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 무엇인지를 한번 곰곰히 생각해 보고, 자체적으로 않되면 바깥 사람이라도 데려와서 이 문제를 해결할 지혜를 터득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금 보수 야당의 정치 세력의 중심이 경북에서 경남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거의 인구의 절반이 집결되어 있는 경기, 서울,인천 지역은 무풍지대로 방치되어 있고, 여기에 충청 세력의 향배도 표류하는 것으로 보여, 다음의 정권의 형성을 위한Precursor의 등장 여부에 따라 쇄신적 정치 운영을 위한 변화와 주도적 세력의 형성이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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