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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2월 동음회 후기
이왕 동숭음악감상회를 시작하였으니 보다 많은 동문 친구들이 클라식 음악에 흥미를 갖고 즐길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제부터는 가능한 후기를 쓰기로 하였다.
서양고전음악의 기악곡을 감상할 때에는 미리 그 곡이 절대음악(Absolute Music)인지 표제음악(Programme Music)인지를 알고 듣는 것이 좋다. 특정의 사상이나 사물을 묘사하지 않고 순수 음과 음의 예술적 연관만으로 작곡자의 악상을 나타낸 절대음악은 자연히 그 곡의 구성과 형식을 생각하고 선율, 화음, 리듬감 등으로 아름다움을 감상하게 된다. 반면에 표제음악은 대체로 곡의 내용을 암시하는 표제나 부제가 있고 문학적, 회화적, 극적 내용 등을 표현하려는 의도가 있는 곡이므로 그러한 내용을 이해하고 곡을 듣는다면 그 즐거움이나 감동이 배가될 수 있다.
지난 2월18일 가진 동음회에서는 리하르트 바그너의 오페라 <방황하는 네델란드인 서곡>과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 작품 61>을 감상하였다. 전자는 전형적인 표제음악이고 후자는 절대음악이다.
독일 낭만파 시대 최고의 오페라 거장인 바그너는 종래 아리아 중심의 화려하고 기교적인 오페라에서 탈피하여 보다 연극적 요소가 강한 악극(Musikdrama) 형태를 완성하였다. 이를 위해 그는 Leitmotiv(誘導動機 또는 指導動機로 번역)라고 하는 인물, 장면, 상념 등을 나타내는 특정의 가락 내지 음형을 많이 만들어 사용하면서 표제성을 극대화 하였고, 극의 단절을 막기 위해 끊어지지 않고 서창(Recitativo)에 가까운 가창형태로 계속 노래하는 무한선율(Unendliche Melodie)을 사용하였으며, 대규모 관현악의 편성으로 보다 웅장하고 섬세한 음악표현을 추구하였다.
오페라 <방황하는 네델란드인>은 17세기 이후 북구에서 전해 내려오던 전설과 바그너 자신의 영국 항해 경험을 바탕으로 1841년 작곡되었다. 하이네의 소설 “폰 슈나벨레보프스키의 회상(Memorien des Herrn von Schnabelewopski)"에 나오는 중세 유령선 전설에 바탕을 두고 바그너 자신의 아이디어로 대본을 완성한 이 오페라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폭풍우를 무릅쓰고 항해를 계속하려다 침몰한 네델란드인 선장은 저주를 받아 죽지 못하고 영원히 바다 위를 방황해야 하는 운명이다. 그러나 7년에 한 번은 육지에 올라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해 줄 여자를 찾는다면 그 저주가 풀리게 되어있다. 네델란드인 선장은 한 노르웨이의 항구에서 노르웨이 선장 달란트(Dalant)를 만나 그의 딸 젠타(Senta)를 소개받고 그녀의 영원한 사랑을 약속 받는다. 그러나 과거 그녀를 사랑하던 사냥꾼 에릭(Eric)이 나타나 젠타를 설득하는 장면을 본 네델란드인은 그녀가 배신했다고 생각하고 또다시 유령선을 타고 떠난다. 그러자 젠타는 자신의 변함없는 사랑을 외치며 절벽에서 바다로 몸을 던진다. 마침내 저주가 풀리면서 유령선은 부서져 바다 속으로 가라앉고 사람들은 멀리서 하늘로 함께 날아오르는 네델란드인 선장과 젠타의 영혼을 보게 된다.
막이 오르기 전 연주되는 약 10분간의 서곡은 이러한 오페라의 내용과 분위기를 암시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처음 금관악기가 무겁고 강렬한 소리로 저주받은 네델란드인의 유도동기를 연주하고 현악기와 팀파니가 거친 파도와 세찬 바람을 묘사한다. 잠시 적막이 흐른 뒤 젠타의 구원을 상징하는 유도동기가 목관의 아름다운 선율로 조용히 나온다. 다시 네델란드인의 동기가 나오고 파도와 바람이 몰아친 후 유명한 선원들의 합창동기가 나온다. 이후 폭풍우와 합창동기가 섞이고, 젠타의 동기와 네델란드인 동기가 교대로 되풀이 된다. 갑자기 오케스트라가 중단되면서 바다에 투신하는 듯한 극적 장면이 묘사되고 이후 네델란드인과 젠타의 기쁨에 찬 재회에 이어 마지막으로 플루트에 의한 구원동기가 하프소리와 함께 연주되면서 하늘로 올라가는 모습을 연상시킨 후 전 오케스트라가 힘차게 곡을 끝낸다.
두 번째 감상한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 D장조는 그의 창작 전성기인 1806년에 작곡되었다. 당시 비엔나의 명 바이올리니스트였던 프란츠 클레멘트(Franz Clement)의 연주를 위해 작곡한 것으로, 그의 우아하고 부드러운 연주 스타일에 맞춘 곡이라고 한다. 기교과시형의 화려한 곡이 아닌, 기교를 요하면서도 극히 아름답고 풍부한 서정성과 기품이 있으며 장대하게 진행되는 곡이다.
고전파 음악답게 협주곡의 양식에 충실한 이 곡의 제1악장은 빠른 소나타형식이다. 처음 팀파니가 다섯 개의 음을 여리게 치며 시작되는데, 이 다섯 음의 단순한 동기는 악장 전체를 통해 반복되면서 통일감을 부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곧 목관악기군이 제1주제를 부드럽고 유유하게 제시하고, 관현악의 웅장한 경과구를 거쳐, 목관이 제2주제를 친근감 있는 아름다운 선율로 제시하며, 코데타(Codetta)로서 또 하나의 서정적 선율이 나온 후 관현악에 의한 전주가 끝난다. 드디어 독주 바이올린이 등장하여 제1, 2주제를 연주하고 때로는 아름답게 장식을 하며 오케스트라와 긴밀히 조화를 이루어 나간다. 발전부에서는 독주 바이올린이 주제들을 변주 또는 장식하며 관현악과 함께 섬세하고 다양하게 전개시켜 나간다. 재현부를 거쳐 종결 직전에 독주 바이올린의 카덴차가 뛰어난 기교로 연주된 후 점차 고조되어 힘차게 곡이 끝난다.
제2악장은 라르게토(Larghetto)의 느린 노래형식이다. 현의 합주가 주제선율을 느리고 조용히 연주하고, 독주 바이올린은 아름답게 곡을 장식해 나간다. 악기를 달리하며 반복된 뒤, 중간부 이후는 독주 바이올린이 새로운 칸타빌레 선율을 무척 아름답게 노래해 나간다. 총주의 큰 울림과 짧은 카덴차를 거쳐 곡은 쉬지 않고 제3악장으로 넘어간다.
제3악장은 빠른 론도형식이다. 먼저 독주 바이올린이 쾌활하고 약동적인 론도주제(A)를 연주하고 관현악이 이에 응답한다. 론도형식에 따라 독주바이올린이 제1부주제(B), 제2부주제(C)를 A와 교대로 이끌며 진행된다. B가 재현된 후 화려한 카덴차가 나오고 론도주제에 의한 코다로 곡이 끝난다. 도식화하면 A-B-A-C-A-B-카덴차-Coda(A') 형태가 된다.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과 안네 소피 무터의 바이올린이 협연하는 DVD 영상으로 감상하였는데, 젊은 날 소피 무터의 정열적인 연주 모습, 그녀의 뛰어난 기교와 풍성하고 부드러운 바이올린 음색 등은 곡의 아름다움과 함께 더욱 큰 즐거움을 주었다.
올해부터는 감상시간을 종전의 오전에서 늦은 오후 시간대로 변경하고 저녁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그 덕분인지 참석인원이 늘어나 아래와 같이 총 26명의 동문이 참석하였고, 식사시간에는 그동안 간사를 맡은 김내원 동문의 엄격한 방침으로 음주가 금지되었으나 이번에는 막걸리와 소주가 허용되어 한결 화기가 도는 분위기였다. 이래저래 모임시간대를 저녁으로 바꾼 것은 잘한 결정인 것 같다.
주위의 친구들과 이야기 하다 보니 의외로 협주곡을 좋아하는 동문들이 많음을 알았다. 흔히들 관현악의 꽃은 교향곡이라고 하지만 독주 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화려하게 협연하는 고전파 이후의 협주곡들은 교향곡과는 또 다른 멋과 아름다움이 있다. 앞으로 감상 곡목의 선택 시에는 협주곡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다.
식후 2차를 갔던 외교학과 친구들은 전공 티내느라 북한의 핵과 미사일 문제를 두고 한바탕 열띤 논쟁을 벌였다. 클라식 음악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슈를 놓고 또 한 번 스트레스를 푼 즐거운 하루였다.
참석자: 강근택, 강신성, 곽명기, 김대기, 김동욱, 김성수, 김영순, 김용태, 김윤희,
김정희, 박성수, 박영배, 박재호, 박종현, 봉유종, 유한용, 이종윤, 임혜순,
장순근, 정덕진, 최용철, 최일옥, 최혁, 홍종철, 김내원, 이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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