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1일 열렸던 동숭포럼에 불참하게 되어 송구스러운 마음 감출 수가 없습니다.
주최측의 노고와 같은과 동문의 강의라는 것에 대한 성의와 관심만으로도 꼭 참석하여야 함을 알고 있지만, 직원 MT가 있어 부득이 불참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간 쓴 글과 연결된 tk진을 회원 사진첩에 실어주신 유한용 동문에게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셋째날--나쿠루 호수 국립공원(Lake Nakuru National Park)
트리톱스(Treetops) 호텔이 있는 아베도어를 떠나 나꾸루 호수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 않았다. 적도 표지판(Equator)이 있는 곳을 지나 10분가량 가면 톰슨 폭포가 있다. 폭포를 보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을 유인하는 토속품 점의 여인들은 ‘잠보’라는 인사말과 함께 눈이 마주치기 무섭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며 손을 이끈다. 페트리샤, 마리아, 안젤라, 베아트리스 등 등, 이름도 예쁜 여인들이 저마다 물건을 팔기 위해 호객행위를 한다. 마치 전쟁터 같다.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가게로 끌려가 물건을 골라야 한다. 민속 의상을 입고 얼굴에 회칠을 한 주술사 같은 남자가 폭포를 배경으로 서서 함께 사진을 찍을 때마다 일인당 일 달러를 요구한다. 쾌 솔 찮은 수입을 올릴 수 있는 광대임이 분명하다.
쉬지 않고 같은 풍경이 이어진 탓인가, 긴 여행에 조금은 지친 일행들은 이제 더 이상 토산품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한낮 적도의 열기, 호객행위의 요란함과 무질서, 그런 것들 또한 관광이겠으나 조용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다.
이제 곧 도착할 나꾸루 롯지는 조용히 쉬며 잠시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적당한 곳이란다. 아마도 다음 날 있을 마사이 마라의 흥미진진한 사파리를 위한 간이역 같은 쉼터가 바로 나꾸루 호수가 아닐까, 기대해 본다.
나이로비에서 북동쪽으로 160Km 떨어진 곳에 위치한 나쿠루 호수는 사해로부터 모잠비크에 이르는 광대한 지구대에 속한다. 나쿠루 호수는 세계 최대의 홍학(Pink Flamingo)서식지로 1968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200만 마리 이상 최대 300만 마리에 가까운 홍학이 서식하고 있는 둘레가 50Km에 달하는 이 호수는 무리 지어 선 홍학으로 하여 마치 분홍 띠를 둘러놓은 것처럼 보인다.
연분홍 날개와 붉은 머리, 곧게 뻗은 가는 다리의 홍학 무리는 쉬지 않고 고갯짓을 하며 먹이를 쪼아댄다. 홍학의 먹이는 주로 민물 말이나 새우이다. 이 먹이에는 당근에 있는 카로티노이드 계 성분이 있어 홍학의 색깔이 붉다고 한다. 가장 붉은 색을 띤 홍학일수록 번식력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홍학 무리 가까이 또 하나의 무리를 이룬 펠리컨은 주머니처럼 생긴 노란 긴 주둥이 속에 먹이를 가둔 채 큰 날개를 펴고 비상한다. 이곳은 400여종의 조류가 서식하고 있어 새들의 지상천국이라 불린다.
길게 이어진 녹색의 숲과 파란 호수, 홍학을 비롯한 각종 새들의 무리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그늘에서 비릿한 물 내음이 짙은 바람을 들이마시며 한가로이 앉아 나꾸루 호수를 조망하는 순간은 마치 선녀가 된 기분이었다.
적당한 휴식은 새로운 기운을 낳는다. 표범을 못 보았다는 아쉬움이 새롭게 치솟는다. 표범은 야행성동물이며 나무 위에서 주로 생활하므로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마르코의 설명이다. 이날은 원 없이 홍학을 보았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으며 롯지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우리는 다시 코뿔소 네 마리를 만났다. 코 위에 긴 뿔을 달린 험악한 앞모습과는 달리 커다란 궁둥이를 씰룩거리며 짧은 꼬리를 좌우로 흔들며 걷는 뒷모습은 사뭇 귀엽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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