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학번 동숭 클럽 사이트의 개설을 축하하며, 지난 2002년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했던 기행문을 6회-7회에 이어 연재할까 합니다. 동문들의 많은 참여로 우리 65 동숭클럽 홈의 발전을 기원합니다.*
SAFARI,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여행
사파리(Safari)라는 말은 아프리카 원주민의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가서 무엇인가를 얻고 돌아온다’는 어원에서 출발하여 ‘길을 떠난다’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그 후 사냥이라는 이름의 대명사로 쓰이다, 지금은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동물을 사냥하기보다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관찰하고 그 영상들을 담아오는 카메라 사파리로 그 양상이 변했다.
총 17시간의 긴 비행, 그곳에 아프리카가 있다.
사파리(Safari)라는 말은 아프리카 원주민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가서 무엇인가를 얻고 돌아온다’는 어원에서 출발하여 ‘길을 떠난다’라는 의미로 발전했다. 고대 원주민들은 길을 떠나 무엇을 얻어왔을까. 그들은 야생동물을 사냥하여 먹이를 얻어왔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파리, 하면 쉽게 사냥이란 의미를 떠올린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 식민지 시대가 시작되자 총을 들고 밖으로 나가 무차별하게 야생동물을 살생했다. 여성의 의상과 장신구, 집치레를 위한 코끼리의 상아와 야생동물의 아름다운 모피를 얻기 위해 그들은 총을 들고 무차별한 동물 사냥을 떠났다. 그러나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한 야생동물 보호의 여론이 비등하자 지금은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동물을 사냥하기보다는 야생동물의 생태를 관찰하고 그 영상들을 담아온다. 다시 말해 카메라 사파리로 그 양상이 변했다.
14박 15일 간의 동아프리카 여행. 다소 긴 여행길이다. 잉카문명의 보고(寶庫) 페루의 쿠스코와 마추피추를 향한 여행도, 그리고 이과수폭포를 보기 위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찾은 남미 여행도 14박 15일이었다. 다소 긴 여행이라는 느낌이었으나 투자한 시간과 경비만큼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많으며, 여운 또한 길고 배운 것도 많았다는 경험을 생각하며 여행 중 최상의 여행이며 마지막 여행이 바로 사파리 여행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여행 스케줄을 받아들었을 때만 해도 내가 상주하는 곳을 벗어난다는 길 떠남의 의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간 수 없이 여행을 했다 해도 그 모두 인간과 그들이 남긴 역사와 문화를 보고 느끼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파리 여행은 도시적인 내 삶에서 벗어나 가장 원초적인 자연과의 조우를 위한 길 떠남이라는 지극히 추상적인 정의를 내렸으나 이렇다 감흥이나 설렘은 일지 않았다. 그러나 출발 일주일 전 영종도 국제공항 검역소에서 아프리카 여행을 위한 황열병 예방접종을 받고 노란 접종카드를 여권 사이에 넣으며 이제 문명을 뒤로하고 원시의 세계, 아니 자연만이 존재하는 동물의 왕국으로 들어간다는 다소 경이로운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아프리카’라는 말이 주는 이미지는 다양하다. 우선 수세기에 걸친 유럽 강대국의 식민지 땅이라는 것과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치열한 인종간의 싸움, 그리고 만델라가 떠오른다. 이 또한 인간에 대한 이미지요, 그 인간들의 약육강생의 이미지다. 그러나 나는 인간을 보기 위해 길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너른 초원에서 마음껏 뛰노는 동물의 세계를 보기 위한 대장정임을 상기한다.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ce)라 불리는 인간과 유인원을 연결시켜주는 고리가 되는 최초의 인류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화석이 케냐의 리프트 벨리에서 발굴되었음을 기억한다면 사르트르가 아프리카를 ‘마지막 고리’라 말한 의미 또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아프리카는 문명과 원시를, 그리고 자연과 인간을 이어주는 지구상의 마지막 고리이다.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로 가는 직항노선은 없다. 우리의 첫 기착지인 케이프타운까지의 비행 일정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서울에서 홍콩까지 3시간 30분, 홍콩에서 남아프리카 공화국 비행기 SA를 이용 12시간을 날아 요하네스버그에 도착, 그곳에서 입국 수속을 하고 곧바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또 다시 2시간이 걸려 케이프타운으로 간다. 비행시간 도합 17시간 반. 어디 그뿐인가. 서울에서 이미 2시간 전에 집합하여야 하며 홍콩과 요하네스버그 공항에서 다음 비행기를 기다리는 4시간을 합하면 꼬박 하루가 걸리는 셈이다. 아프리카 속의 유럽,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에서 시차적응의 시간을 갖고 케냐로 들어간다. 오고 가는 비행시간 이틀과 남아공에서 보내는 시간을 빼고 나면 사파리를 즐기기 위한 시간은 고작 일주일이다.
동 남아프리카 내에서의 이동은 모두 요하네스버그에서 시작된다. 최근 들어 무역을 위한 화물 이동 수단도 배에서 비행기로 바뀌며 요하네스버그는 아프리카의 교통 요충지로 변모했다. 게다가 만델라의 흑백 화합정책에 따라 백인은 두뇌와 재능을, 흑인은 노동력을 제공하는 조화의 묘를 살린 덕에 남아공은 독립을 했다 해도 그 주도권은 여전히 백인이 쥐고 있다. 검은 대륙 아프리카를 생각하고 요하네스버그에 도착하면 큰 오산이다. 그곳은 또 하나의 뉴욕이며 또 다른 얼굴의 영국이다. 하늘을 찌르는 듯 한 마천루와 거리를 오가는 유럽 차들, 끝없는 피를 흘리면 쟁취한 독립이었으나 남아공의 거리는 백인의 부가 넘실댄다.
여름이 시작되는 서울이지만, 그곳은 겨울이었다. 요하네스버그 공항에 도착한 오전 7시. 공항의 여직원들은 하나같이 오버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아프리카하면 열대의 땅이라는 등식이 무색한 옷차림이다. 옷깃을 파고드는 바람이 맵다. 온통 반바지와 반소매의 여름옷만 꾸려 갖고 온 일행은 어깨를 옴츠리며 달달 떤다. 눈치 빠른 사람은 잽싸게 가게로 달려가 두터운 재킷 하나를 사 입는다.
우리는 곧바로 케이프타운으로 향한다. 이틀에 걸친 케이프타운 관광을 마친 후 다시 요하네스버그로 돌아와 하루를 쉬고 케냐로 들어간다. 야생의 땅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아프리카 최상의 낙원 케이프타운을 돌아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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