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65학번 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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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5월 동음회 후기
 이동화  | 2018·05·31 11:25 | VOTE : 78 |
2018. 5월 동음회 후기

‘綠陰芳草勝花時’라는 말을 대학 1학년 교양한문시간에 처음 배웠다. ‘신록이 우거지고 향기로운 풀들이 무성할 때가 꽃피는 시절 보다 더 좋다’로 해석되는 이 시구는 매년 5월이 되면 으레 한 번쯤 내 머리에 떠오르고 실감을 하게 된다. 화사한 햇볕과 훈풍 속에 어린아이 살결처럼 보드라운 연초록 잎들이 무성해지는 5월의 자연은 꽃피는 3, 4월의 화려함보다 더욱 그윽한 아름다움이 있다.

이번 동음회에는 아름다운 5월에 어울릴 ‘봄’이라는 부제가 붙은 베토벤과 슈만의 두 명곡을 감상키로 하고 오래 전에 공지하였으니 내심 많은 동문 친구들이 흥미를 가지고 참석하지 않을까 기대했다. 그런데 감상할 자료를 마무리할 즈음 김내원 동문으로부터 문자가 들어왔다. 이런저런 사정으로 여학생 동문들의 참석이 저조할 테니 자료준비에 참고하라고. 남학생 동문들도 해외여행이나 기타 사정 등으로 참석치 못하겠다는 전언이 속속 들어왔다.
그래도 모자라기보다는 남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자료는 25부를 준비하였는데, 이날 참석자는 모두 15명에 불과하여 지금까지의 동음회 중에 가장 저조한 참석을 기록하였다.
참석자: 이동화, 김내원, 임혜순, 민병위, 송태호, 장순근, 윤화자, 김성수, 정덕진, 곽명기, 박영배, 김두환, 김용태, 한종환, 이방환

첫 번째로 감상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 ‘봄’은 그의 10곡의 바이올린 소나타 중 제9번 크로이체(Kreutzer)와 함께 가장 사랑받는 유명한 곡이다. 부제 ‘봄’은 베토벤 자신이 붙인 것은 아니고, 곡의 느낌이 봄날처럼 밝고 따뜻하며 희망과 행복감을 준다고 해서 미상의 출판업자가 붙인 별명이다. 전 악장(4악장)을 통해 바이올린과 피아노의 대화가 밝고 정감있게 흐르는 아름다운 곡이다.

소나타형식의 제1악장은 처음부터 바이올린이 밝고 아름다운 제1주제를 연주하고 곧 피아노가 이를 받으며, 제2주제는 보다 강렬하게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서로 얽혀 대화하듯이 진행된다. 고전파 음악답게 형식에 충실하여 발전부와 재현부를 거치고, 종결부에서는 주로 제1주제의 다양한 변형으로 힘 있게 곡을 끝낸다.  제2악장, 피아노가 주선율을 천천히 연주하면 바이올린이 이를 이어받고 피아노는 펼친화음으로 아름답게 반주한다. 주선율을 중심으로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대화하듯 진행되는 이 악장은 시정이 풍부하고 꿈꾸듯 흐르는 선율이 무척 아름답다.  연주시간 1분 남짓의 아주 짧은 제3악장은 해학적인 익살이 돋보이는 유쾌함이 있으며, 론도형식인 제4악장은 론도주제를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차례로 연주한 후 제2, 제3의 부주제를 사이사이 넣어 론도주제가 반복되는 경쾌하고 즐거운 곡이다.

비록 베토벤이 봄을 표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작곡한 것은 아니지만, 이 곡에 ‘봄’이라는 별명이 붙은 데에 대해서는 누구도 이의를 달 사람이 없을 만큼 봄에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음악이라고 생각된다.  Itzhak Perlman의 바이올린과 Vladimir Ashkenazy의 피아노 연주를 녹음한 CD로 감상하였는데, 두 거장이 빚어내는 소리의 조화와 아름다움이 곡을 더욱 빛내주는 듯하다.

기악곡에서 잠시 벗어나 두 번째는 슈만의 가곡 ‘헌정(Widmung)'을 감상하였다. 음악적 재능은 물론이고 문학에도 깊은 조예를 가진 슈만은 괴테, 하이네, 뤼케르트 등 유명한 시인들의 시에 곡을 붙인 예술가곡을 많이 남겼다. ’헌정‘은 그의 피아노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의 딸로  무척 사랑했고 힘들게 결혼하게 된 클라라와의 결혼식 전날 그녀에게 헌정한 노래인데, 26곡으로 구성된 가곡집 <미르테의 꽃> 중 제1곡이다. “그대는 나의 영혼, 그대는 나의 심장, 그대는 나의 기쁨...”의 가사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우아하고 사랑과 기쁨의 감정이 넘쳐난다. 마지막에 피아노 연주가 조용히 슈베르트의 ’아베마리아‘ 주제를 넣어 끝맺는 것도 인상적이다. 슈만과 절친했던 프란츠 리스트가 이를 멋지게 편곡한 피아노곡도 뒤이어 감상하였다.

참석자 수는 평소보다 적었으나 덕분에 휴게시간에는 보다 오붓한 분위기에서 풍성한 다과와 와인을 즐겼다. 간사를 맡아 항상 수고가 많은 김내원 동문이 이번에도 단짝처럼 지내는 임혜순 동문과 함께 백화점까지 가서 고급생과자와 음료를 준비하였고, 커피와 와인에 일가견을 가진 민병위 동문은 독일 모젤지방의 고급 리슬링와인 화이트 3병을 지참하고 나왔다. 비록 잔은 종이컵이었지만 고급 과자를 안주로 마시는 민 동문의 설명이 곁들인 와인은 우리들의 입을 호강시켜 주었고, 정다운 얘기들이 오가며 기분을 한껏 고양시켜 주었다. 음악 감상보다 더 큰 즐거움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으니 이때만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었다고 할까...

약 30분간의 아쉬운 휴식을 마치고 감상한 곡은 슈만의 교향곡 제1번 일명 ‘봄’.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슈만은 젊어서 무명 시절, 그의 피아노 선생의 딸인 클라라와 사랑에 빠졌다.  슈만보다 9살 연하였지만 이미 여류 피아니스트로 상당한 명성을 얻고 있던 클라라의 아버지는 그 결혼을 강력히 반대하였다. 그러나 슈만은 꺾이지 않고 부친의 반대가 부당함을 법정에까지 호소하면서 투쟁한 결과 1940년 9월 어렵사리 클라라와의 결혼에 성공하였다.  

이 곡은 그가 결혼한 다음 해인 1941년 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가장 활기차고 행복한 시기에 작곡되었다.  슈만은 당시 무명 시인이었던 아돌프 뵈트거(Adolf Bottger)의 봄에 관한 시 한 구절 “골짜기에는 봄꽃이 싹트고 있다 (Im Tale bluht der Fruhling auf)"라는 구절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는데, 골짜기의 봄은 슈만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얻은 아내 클라라와의 사랑의 봄, 행복한 결혼생활을 상징하는 것으로 받아들였고 이를 바탕으로 봄의 교향곡을 구상하였다고 한다. 자연의 봄이 아닌 슈만의 마음의 봄을 표현한 곡이라고 하겠다.

당초 슈만은 이 곡의 제1악장에 “봄의 도래{Fruhlingsbeginn)", 제2악장에 ”저녁(Abend)", 제3악장 “즐거운 놀이친구들(Frohe Gespielen)", 제4악장 ”봄의 작별(Fruhlings Abschied)"이라는 부제를 붙였으나 표제음악보다는 절대음악으로 각자의 감상에 맡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이를 모두 삭제하였다고 한다.

제1악장 도입부, 호른과 트럼펫이 봄의 도래를 알리는 듯한 팡파르를 장엄하게 울린다. 밝고 리드미칼한 제1주제와 부드러운 제2주제가 활기차게 연주되고 팡파르 음형이 반복되면서 생동하는 봄의 기운과 희망을 느끼게 한다. 슈만이 “저녁”으로 표기했던 제2악장은 조용하고 서정적인 선율이 명상하듯 흐르는데, 어쩌면 결혼 전 그의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회상의 표현이 아닐까 싶다. 3박자의 빠른 리듬에 쾌활하게 연주되는 3악장은 클라라와의 행복한 생활을 연상케 한다. 당초 “봄과의 작별”이라는 부제가 붙었던 4악장은 서주의 힘차고 밝은 상승음형이 봄의 작별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다가올 푸르고 풍성한 여름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는 것 같다. 관현악 총주와 금관악기의 호쾌한 연주가 가슴을 벅차게 하며 화려하게 곡이 끝난다.

레너드 번스타인의 지휘와 비엔나 필하모니의 연주를 DVD로 감상하였는데, 곡의 분위기에 맞춘 번스타인의 흥겹고 춤추듯 지휘하는 모습도 재미있었다.

감상회가 끝나고 통상대로 ‘서초갈비’식당에서의 식사와 바로 옆 커피집에서 마무리 담소를 끝내고 일어났을 때는 저녁9시 경, 약간의 봄비가 내리긴 해도 부드러운 5월의 밤공기에 모두들 푸근한 기분이었던 것 같다. 이날 다과비는 오래 전에 김성수 동문이 희사하여 주었고, 저녁 찻값은 정덕진 동문이 부담하였다. 두 동문과 민병위 동문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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