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65학번 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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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2월 동음회 후기
 이동화  | 2018·02·19 12:20 | VOTE : 94 |
2018. 2월 동음회 후기

입춘이 지났어도 맹위를 떨치는 추위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지구온난화 영향 때문이라는데 평소보다 더웠던 지난 여름의 혹서는 단순히 이해가 갔지만 겨울에 기온이 더 내려가는 것은 이 무슨 역설적인 현상인가. 동음회가 있던 지난 8일은 비록 그 전날까지의 혹한이 다소 풀리긴 했지만 여전히 최저 영하9도까지 내려간 추운 날이었다. 모두들 노년에 건강관리가 최우선 과제이니 평소보다 참석인원이 적을 것이라는 생각에 감상자료도 20부 정도를 준비하였다. 그런데 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모두 28명이 참석하였다. 이정도 추위에 위축될 사람들이 아니라고 나의 알량한 예측능력을 비웃듯 오히려 많이 나온 동문들의 건강한 모습을 보니 반갑고 기쁜 일이었으나, 좀 늦게 나온 동문들에겐 자료가 전달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제일 먼저 감상한 베를리오즈의 서곡 <로마의 사육제>는 그의 오페라 <벤베누토 첼리니> 제2막의 서곡을 약간 수정하여 독립적인 연주회용으로 만든 것이다. '벤베누토 첼리니(1500~1571)‘는 유명한 ’메두사(Medusa)의 머리를 든 페르세우스(Perseus)' 조각상을 제작한 당대 최고의 금속세공가 겸 조각가이다. 1836년에 초연된 이 오페라 자체는 당시 성공을 못하였으나 제1막에 나오는 ‘사랑의 2중창‘과 이탈리아의 전통춤곡인 살타렐로(Saltarello)를 중심주제로 하여 구성된 서곡은 무척 인기가 좋아 베를리오즈가 순회공연할 때 단골 메뉴가 되었다고 한다.

짧고 격렬한 서주에 이어 잉글리쉬 호른이 연주하는 사랑의 2중창 선율은 무척 아름답고 서정적이며, 전 오케스트라가 6/8박자의 빠른 살타렐로 리듬으로 내뿜는 강렬한 선율은 정열적이고 화려한 축제의 모습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관현악 기법이 뛰어난 베를리오즈의 작곡역량이 십분 발휘된 매력적인 곡이다.

두 번째 감상한 곡은 당초 예정했던 한국가곡 대신에 모스크바 스레텐스키수도원 합창단의 합창곡을 들었다. 한국기업 이건창호가 매년 벌이는 메세나운동의 일환으로 지난 10월 한국에 초청되어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내용을 녹음한 것이다. 스레텐스키수도원 합창단은 창립 600년이 넘는 유서 깊은 역사를 지닌 러시아 동방정교회를 대표하는 합창단이라고 한다.

약 20명 정도의 성인남성단원으로 구성된 합창단이 반주 없이 부르는 성가는 경건하면서도 부드러움과 강력함이 넘나드는 선율과 완벽한 화음으로 우리들의 귀를 사로잡는다. 러시아 민요곡 <볼가강의 뱃노래(The Song of the Bolga Boatmen)>는 우리들도 많이 들었던 세계적으로 알려진 곡인데, 낭만적인 제목과 달리 제정러시아 시절 볼가강에서 화물선을 밧줄에 묶어 물살을 거슬러 끌던 인부들의 고된 삶을 노래한 것이다. 합창단이 내는 저음의 깊은 소리에서 노예처럼 힘들게 살던 민초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 듯했다.

이날의 주 감상곡인 드보르작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From the New World)>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곡 중의 하나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그의 대표곡이다. 1892년부터 약 3년간 미국 뉴욕국민음악원에 작곡교수 겸 원장으로 초빙되어 재직하는 동안 작곡되었다. 이 곡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서 작곡되었고 ‘신세계로부터’라는 부제가 있으니 미국적인 정취가 클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아메리카 인디안음악에 사용되는 5음음계(Pentatonic Scale)와 흑인음악에 흔한 당김음(Syncopation)이나 반음 내린 7도음의 사용 등을 이유로 그들 음악의 영향 설을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드보르작은 인디안 또는 흑인음악의 주제나 선율 사용을 단호히 부인하였고, 다만 그들 민요의 정신을 중시하였다고 한다.

첵코(보헤미아) 프라하 근교의 시골마을 출생으로 천성이 소박하고 향토심이 강한 드보르작은 뉴욕에 있는 동안 번잡한 도심을 떠나 보헤미아 이주민들이 집단으로 모여 살던 Iowa주의 Spillville을 자주 방문하였다. 같은 언어를 쓰고 고국의 산하와 닮은 이곳에서 그는 깊은 향수에 젖어들었다. 작곡가라면 자기나라 민요의 정신을 곡 중에 반영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온 드보르작은 고향 보헤미아를 그리워하며 그들의 민요나 민속무곡의 선율, 리듬, 음계 등의 특징(정신)을 살려 현대적인 작곡기법으로 이 교향곡을 완성하였다.

보헤미아인의 다수는 원래 몽고족 혈통을 지닌 마잘족이며, 5음음계나 당김음은 마잘족, 켈트족 등의 민요에도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질이고, 중국, 한국 등 아시아 여러 지역의 전통민요도 5음계로 이루어진 것이 많다. 따라서 같은 몽고족 혈통을 지닌 우리들에게 이 곡은 더욱 친근감이 들고 그만큼 감동이 클 수 있다. 사실 나는 이 곡에서 재즈나 카우보이음악 같은 데서 풍기는 미국적 정취는 전혀 느낄 수 없으며, 오히려 슬라브 음악이나 동양적 선율의 느낌을 크게 받는다.

이 교향곡은 낭만파 후기인 1893년에 작곡되었지만 고전주의자인 브람스의 영향을 받아 고전적 음악형식에 충실하며, 4악장의 전형적인 교향곡 형식을 갖추고 있다.

제1악장 소나타형식에서 곡의 기조를 보이는 서주가 끝나면 호른이 강하게 남성적인 제1주제를 제시한다. 소박하고 간단한 독특한 느낌의 음형인데, 당김음과 5음계가 사용된 마잘족 음악의 특징을 지니고 있어 고국사모의 정을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플루트와 오보에가 부드럽고 애수를 띈 제2주제를 연주하고, 플루트가 코데타(작은 종결) 주제 선율을 아름답게 노래한다.

제2악장, 잉글리쉬 호른이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름다운 주제선율을 극히 서정적으로 노래하는데, 5음계로 이루어진 묘한 정취의 이 동양적 선율에서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가득 묻어난다. 중간에 애수와 그리움에 젖은 새로운 선율들이 나오고, 바이올리군이 애끊는 듯한 선율을 잔잔히 이어간 후 조용히 끝난다. 무척 아름다우면서도 고향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깊이 느끼게 하는 악장이다.

스케르초 형식인 제3악장은 보헤미아 민속무곡풍의 주제가 경쾌한 리듬 위에 활기차게 전개되고, 중간부에서는 목관이 5음계의 민요풍 선율을 부드럽게 연주하며, 또 다른 춤곡풍 리듬의 선율이 경쾌하게 펼쳐진다. 시골 농민들의 소박한 춤과 즐거운 축제를 연상시킨다.

역시 소나타형식인 제4악장에서는 트럼펫과 트럼본의 금관군이 제1주제를 당당하고 화려하게 행진곡풍으로 연주하며, 금의환향하는 귀향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제2주제는 부드럽고 아름다운 서정적 선율이며, 발전부에서는 주로 제1주제와 제2악장 주제의 동기적 변주로 힘차게 전개되다. 종결부 전관현악에 의해 제1주제와 앞선 악장들의 주제가 회상하듯 단편적으로 등장하며 호방하게 연주된 후 수 차의 강한 화음으로 종결된다. 귀향의 기쁨을 소리 높여 노래하는 듯하다.

이 제9번 교향곡을 비롯해 유명한 첼로협주곡과 현악4중주 ‘아메리칸’은 그의 3대 걸작품으로 모두 미국 체류기에 작곡되었다. 멀리 떨어진 신세계에서 조국 민속음악의 가치(정신)와 공통성을 새롭게 발견하고 새로운 음악적 영감 위에 깊은 향수가 더해지면서 풍부한 악상으로 오늘날 모든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불후의 명곡을 탄생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그가 미국을 가지 않았더라면 결코 들을 수 없는 곡들이 아니겠는가...

중간 휴게시간 평소보다 많은 친구들이 서로 재회의 인사와 덕담들로 라운지가 북적거렸으나 장소사정으로 감상시간이 30분 단축되면서 휴게시간이 짧아 아쉬웠다. 휴식시간의 다과비는 안소연 동문이 부담해 주었고, 저녁식사 때는 아가길 카톡방에서 활약상이 눈부신 민병위 동문이 포도주 2병을 희사하여 분위기를 Up 시켰으며, 김성수 동문은 위스키까지 내어놓아 특히 남자 동문들의 환호를 받았다.

식후 커피집에서는 전체 테이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앉아 황현택 동문이 쏜 커피를 마시며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찬 대화를 나누고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클라식음악을 좋아해 동음회에 거의 빠진 적이 없는 김성수 동문은 신세계 교향곡을 특히 좋아한다며 이 교향곡에 대한 세계적 마에스트로들의 지휘의 차이점을 설명하여 우리들을 놀라게 하였다.

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친구들이 참석하여 고마웠고, 다과, 커피 등의 비용 부담과 주류를 지참해 주신 동문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참석자:
임혜순, 정덕진, 장순근, 홍종철, 김근수, 한종환, 최용철, 최일옥, 황현택, 안소연,        
김영주, 박영배, 이경애, 김성수, 김영순, 이종윤, 김내원, 이근수, 이정균, 김정희,  
강신성, 김두환, 김동욱, 민병위, 장내식, 윤화자, 이방환, 이동화





최일옥 동음회 모임이 있는 날은 몸이 불편하거나 바쁜 일이 있어도 나를 듯한 기분으로 예술의 전당으로 향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곳에는 음악이 있고, 열성을 다한 이동화 회장의 자상한 해설이 있고, 김내원 동문이 준비한 달콤한 간식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 감상 후 준비된 식사도, 마무리용 티 타임도 모두 즐겁다. 음악과 밥과 커피라는 3박자를 정겨운 친구들과 함께 즐길 수 있다니 이 아니 즐거운가. 춥고 지루하게 길던 겨울도 이제 끝난 것 같다. 꽃 피는 봄날이 다가온다. 목덜미를 간지리는 바람과 꽃향기까지 더해질 다음 모임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아마도 우리의 노년은 이러한 감미로움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18·03·03 17:23

이동화 동음회가 끝나면 항상 이쉬움과 불만이 남는다. 해야 할 말을 빼먹었다든가 앞뒤가 바뀌고 두서없는 설명으로 의미전달이 충분치 못했다든가 하는. 그래서 음악감상도 좋지만 동숭친구들의 친목도모나 즐거운 만남의 기회라는데 더 의미를 두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러한 심정을 눈치라도 챈듯 최일옥 동문의 댓글은 그래서 무척 기쁘고 위안이 된다. 앞으로 동음회가 음악감상과 함께 '아가길'을 가는 65동숭 동문친구들의 즐거운 만남의 장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18·03·07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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