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65학번 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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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8월 동음회 후기
 이동화  | 2017·08·31 15:23 | VOTE : 103 |
2017. 8월 동음회 후기

폭염과 열대야로 힘들었던 한여름의 절정은 지났어도 여전히 계속되는 더위와 후텁지근한 날씨로 짜증스럽고, 북의 위협과 북핵이라는 다모클레스의 칼이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던 8월 중순, 그래도 65동숭의 클라식음악 애호가들은 변함없이 동음회를 찾아 주었다.  하긴 마음이 괴롭거나 긴장이 쌓일 때는 아름다운 음악을 듣고 거기에 빠져드는 것만큼 좋은 치유방법도 없지 않을까...

첫 번째 감상한 리스트(Franz Liszt, 1811~1886)의 교향시 <전주곡>은 그가 남긴 13곡의 교향시 중 가장 널리 알려지고 애청되는 곡으로, 인생에 대한 고찰을 담은 철학적 주제를 가지고 있다. 프랑스 시인 라마르틴느(Alphonse de Lamartine, 1790~1869)가 쓴 <詩的 暝想)이라는 글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음악화한 것이다. "우리의 인생이란 죽음에 의해 그 엄숙한 첫 음이 연주되는 미지의 노래에 대한 일련의 전주곡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랑은 모든 존재의 눈부신 아침 햇살이다. 그러나 매서운 바람이 아름다운 환영을 흩어버리고 격렬한 전광이 제단을 파괴해버릴 듯한 폭풍우에 의해서 그 최초 행복의 즐거움이 중단되지 않는다는 운명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한 격동 후에 깊이 상처받은 영혼이 전원생활의 고요한 평온 속에서 그 아픈 기억을 달래려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그러나 사람은 부드러운 자연의 품이 베푸는 자비 깊은 평안 속에 오래도록 머물러 있지는 못할 것이다. 경보의 나팔이 울리면 그는 다시금 위험한 전장으로 돌진한다. 전투를 통해서 완전한 자각과 활력을 되찾기 위하여."

<전주곡>이라는 이 곡의 표제는 ‘인생은 이미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으로 시작될 미지의 노래에 대한 전주곡’이라는 낭만적인 시의 표현에서 따온 것으로, 통상 다악장의 기악곡이나 오페라에 나오는 전주곡 또는 독립된 장르로서의 전주곡과는 다른 것이다.

17~8분에 불과한 짧은 곡이지만 그 속에 어둠에서 위대한 인간의 탄생이 묘사되고, 무척 아름답고 감미로운 선율로 인생의 봄과 사랑을 느끼게 하며, 인생의 시련을 상징하는 폭풍우가 휘몰아친다. 목관에 의한 전원적 선율로 평온한 자연에서 휴식과 위안을 찾은 후, 금관악기의 웅장한 울림으로 행진곡이 나오면서 인생의 전투가 계속되고, 최종 승리를 맞는 듯한 화려한 모습으로 클라이맥스를 맞아 곡이 끝난다.

극히 단순한 3 개의 음(도, 시, 미)으로 이루어진 기본적 주제를 변주곡 형태로 다양하게 변형하면서 인생의 모습을 실감나게 그려나간 리스트의 작곡 능력이 감탄스럽다.

두 번째 감상한 일본 작곡가 타메조 나리타(成田爲三, 1893~1945)의 <해변의 노래>는 일본의 옛 가곡으로, 작곡자가 해변을 거닐며 지난날의 추억과 친구들을 생각하며 작곡하였다고 한다. 우리의 정서에도 잘 맞는 서정성 깊은 곡이다. 명 첼리스트 Mischa Maisky의 첼로연주로 들었는데, 부드럽고 그윽한 첼로의 소리에도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곡이었다.

다과와 환담으로 보낸 약 20분간의 휴식시간 다음에는 차이콥스키의 <교향곡 제5번 e단조 작품64>을 감상하였다.  작년 5월 동음회에서 감상하였던 제4번 교향곡의 10년 후(1888년)에 작곡된 이곡은 차이콥스키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국내외 명성도 절정기로 생애 최고의 시절을 누리던 때였다. 이 곡도 제4번과 마찬가지로 표제성이 강하며 인간의 불행한 운명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나, 마음에 없던 갑작스런 결혼과 불화, 자살기도, 요양생활 등으로 고통스럽고 절망적이며 고뇌가 컸던 시기에 작곡된 제4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제4번이 불행한 운명으로 고뇌하고 방황하면서도 행복을 꿈꾸는 인간의 모습을 그렸다면 제5번에서는 고뇌와 비애를 극복하고 인간 승리의 환희를 소리 높여 부른다.

제1악장 도입부의 운명의 모티브로 불리는 무겁고 어두운 단조의 선율은 이 교향곡의 주 악상으로서 모든 악장에 걸쳐 모습을 달리하며 등장한다. 어둡고 애조를 띄면서도 리듬감이 있는 제1주제와 보다 밝고 유연한 부수선율, 애절함이 묻어있는 제2주제들이 소나타형식에 따라 전개되는데, 불행한 운명으로 인한 고뇌와 투쟁, 그리고 점차 이들로부터 멀어지는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제2악장 호른의 독주로 흘러나오는 애상에 잠긴 듯한 선율이 참으로 아름답고 심금을 울리며, 현악기군의 부드러운 화음에 의한 선율의 반복도 무척 아름답다. 전 악기로 확대되며 격정이 분출되고, 운명의 악상이 강하게 울려 퍼진 뒤 조용히 끝나는 이 악장에서는 회상, 슬픔, 위로, 희망 등의 감정을 느끼게 한다.

화려하고 아름다운 왈츠의 선율이 몽환적으로 펼쳐지는 제3악장은 마지막에 또 한 번 운명의 모티브가 등장한 뒤 단호한 울림으로 끝나는데, 마치 꿈에서 깨어날 때 임을 알리는 듯하다.

마지막 악장, 현악기군의 합주로 첫 악장 도입부에서 단조로 시작된 운명의 선율이 밝은 장조로 바뀌어 장엄하게 연주되면서 마치 어두운 운명의 극복을 연상시킨다. 금관군이 아주 빠르고 힘찬 화려한 주제선율을 반복하고 팀파니의 강렬한 연타에 운명의 선율이 당당하고 화려하게 연주되며 비애를 극복한 환희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듯 웅대하게 곡이 끝난다.

어두운 운명과의 투쟁에서 승리의 찬가를 불렀던 차이콥스키는 5년 후 제6번 <비창>을 작곡하였고 초연 후 9일 만에 세상을 떠났다. 동성애 성향을 지녔던 그는 당시 러시아 사회에서 도저히 받아드릴 수 없던 그의 성 정체성 문제로 항상 고뇌와 자책, 절망감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고뇌는 제5번 작곡을 위한 스케치에도 암시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갑작스런 그의 죽음에 대하여 공식적으로는 냉수를 잘못 마셔 콜레라로 사망하였다고 하나 자살설, 독살설도 나돌고 있다.

참석자 수가 전반 감상이 끝날 때 까지 19명에 불과하자 동음회의 관리를 맡아 항상 수고를 아끼지 않는 김내원 동문이 최소한 20명은 채워야 한다며 아쉬워했는데, 이러한 김 동문의 염원이 통했던지 중간 휴식시간에 장내식 동문이 뒤늦게 나타나 20명을 채우게 되자 장 동문은 졸지에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얼마나 운이 좋기에 장 동문은 늦어도 박수를 받는단 말인가!  저녁식사 시간에 맞추어 식당으로 바로 온 김용태, 김두환 동문을 포함해 모두 22명이 참석하였다.

클라식음악을 좋아해 동음회 시작 후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는 정덕진 동문이 앞으로 감상곡을 선정할 때는 대중적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고 인기 있는 곡들을 포함시키면 동문들의 흥미를 더 끌어 참석자도 많아지지 않겠냐고 조언을 해준다. 윤화자 동문은 감상할 곡의 곡목만 올리지 말고 사전 설명도 간단히 올려주면 동문들의 이해에 도움이 되고 그것이 친구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냐고 은근히 압박(?)을 넣는다. 모두 좋은 의견이고 맞는 말이라 그대로 따르고 싶긴 한데, 윤 동문의 제안은 나 자신의 더욱 부지런함을 요하는 사항이라 갈수록 게을러지는 나로서는 솔직히 여기에서 장담을 못하겠다.

식후 커피집에서는 요즈음 첼로 실력을 열심히 연마하며 조만간 연주회도 계획하고 있는 최용철 동문이 커피와 아이스크림으로 친구들의 입을 즐겁게 해주었다. 최 동문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다음에는 첼로 연주로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기를 또 염치없이 기대해본다.

참석자:
임혜순, 이근수, 부정애, 최일옥, 김영순, 조희자, 이정균, 김성수, 장순근,  정덕진, 최용 철,
윤화자, 홍종철, 이문희, 이종윤, 김정희, 김근수, 장내식, 김두환, 김용태, 김내원, 이동화









김영주 이동화동문의 흐르는듯 편하게 잘 읽혀지는 후기를 읽으니, 음악애호인으로서 깊은 감명을 느끼고, 덕분에 음악에 대한 새로운 차원을 알게 되네요. 삶에 대한 철학적 조명, 인생의 아름다움과 비애, 고난, 극복의 주제가 잘 나타나있는 음악에 대한 자상하신 설명들, 또 작곡자와 당대 사회정서와의 불협화음을 사회과학도답게 잘 분석하고 계시니, 동숭홈피에 사뭇 격조높은 좋은 읽을 거리를 선사해주시네요 ( ! ). ㅡㅡㅡㅡㅡ그런데.... 이미 애초부터 말씀드렸듯이, 제가 피치 못할 다른 스캐줄때문에 동음회에 늘 불참하고 있어, 죄송한 마음이 앞서고, 차츰 동음회와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듭니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늘 큰 박수를 보내드리고 있답니다. 언젠가는 제가 동음회로 달려가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17·09·01 18:02

윤화자 소설을 읽듯 재밌게 읽었네요.
이렇게 긴 장문의 후기를 정성스럽게 올려주심으로 끝까지 사랑의 봉사를 마무리하시니 어찌 그 마음 아름답다 하지 않으리요.

윤동문의 이름을 두번이나 언급하시니, 가볍게 인사로 던진 간청이 무척 부담이 되었었나봐요.
ㅎㅎ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깜박깜박하는 우리 나이인지라, 임박한 날자 하루 이틀전쯤 한번 더 안내문을 올려주심 어떨까하는 청원을 드렸던거구요. 맛만 조금 보여주는 간단한 소개문을 곁들여서요.
갈까말까 만사가 귀찮은 우리 나이인지라 참석독려하는 짧은 메시지의 효력은 의외의 가치를 발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에휴, 뭐 편하게 사십시다요...ㅎ

17·09·02 11:13

이동화 김영주 동문님, 후기에 대해 좋게 평을 해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읽어 주신 것만도 고마운데.... 동음회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신 것 잘 알고 있습니다. 언제든 시간이 날 때 들려주시면 고맙지요.

윤 동문님, 동음회를 위해 아가길 등을 통해 홍보도 해주시고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좋은 말씀도 해주시고 해서 항상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이번 제안도 명심은 하고 있습니다.. 단 편하게 살까 고견대로 수행을 할까 그것이 문제로다 이지요 ㅎㅎ

17·09·0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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