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65학번 동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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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월 동음회 후기
 이동화  | 2017·05·27 11:03 | VOTE : 116 |
2017. 5월 동음회 후기

이제까지 동음회에서 감상한 곡은 주로 교향곡, 협주곡, 서곡 같은 대규모 관현악곡들 이었다. 관악기, 현악기, 타악기, 탄현악기 등 다수의 악기로 편성된 관현악은 풍부한 음량, 다양한 소리의 색채와 조화, 리듬감 등으로 듣는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이와는 달리 단독 또는 소수의 악기들이 연주하는 소나타나, 3중주, 4중주 등의 실내악은 비록 묘사나 극적표현은 부족하지만 각 악기들이 빚어내는 음색과 선율, 화성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고, 작곡자들의 깊은 내면적 사고를 느낄 수 있어 좋다. 그래서 이번에는 모처럼 실내악을 한 곡 감상해보고 싶은 생각에 슈베르트(1797~1828)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 A단조(Sonata for Arpeggione and Piano in A Minor, D821)>를 골랐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아르페지오네(Arpeggione)라는 악기는 1823년 비엔나의 악기 제작자인 게오르그 슈타우퍼(Gerog Staufer)가 고안한 것으로, 기타첼로(Guitar Violoncello)라고도 칭해진다. 몸통의 모양은 기타와 유사하나 기타보다 조금 크고 첼로보다는 조금 작은 형태이며, 기타처럼 6개의 현을 가졌고 첼로처럼 무릎사이에 끼워 활로 연주한다. 그런데 이 악기를 위한 곡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가 거의 유일한 곡이며, 그 이후 별로 사용된 바 없이 슈타우퍼의 사망과 함께 완전히 잊혀진 악기가 되어버렸다. 악기의 소멸로 현재는 첼로, 비올라, 바이올린 등의 용으로 편곡, 연주되고 있는데, 첼로 연주가 가장 보편화 되어있고 오늘날 첼리스트들의 중요한 레퍼토리가 되어 있다.

‘가곡의 왕‘이라고 일컬어지는 슈베르트는 뛰어난 낭만적 정취와 풍부한 선율로 600곡 이상의 아름다운 예술가곡과 많은 기악곡들을 남겼지만, 지병과 가난 등으로 고독한 생활을 하다 31세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불행한 작곡가였다. 1824년 여름 슈베르트는 그가 가정교사로 있던 헝가리의 귀족 에스테르하지(Esterhazy)公 일가와 함께 헝가리의 젤레스 지역을 방문, 오랜만에 상쾌한 기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의 신병과 우울증 등으로 보낸 고통스런 나날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었다. 새로운 악기 아르페지오네에 흥미를 가지고 있던 그는 그 소리에서 헝가리풍의 특징을 발견하고 이 소나타를 작곡하였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아름다운 선율이 지배하는 가운데 경쾌함과 슬픔이 교차하며, 헝가리적인 활기와 해학속에 슈베르트의 고독과 애수가 느껴지는 곡이다.

제1악장은 부드럽고 감미로우나 어딘지 모르게 애잔함이 느껴지는 제1주제와 쾌활, 발랄하고 해학적인 제2주제가 서로 대조를 이루며 전개되는데, 전체적으로는 제2주제가 중심이 된다. 종결부에서 일반적으로 활기찬 분위기와는 달리 우수에 젖은 듯 조용히 노래하며 끝나는 첼로의 선율이 마음을 짠하게 한다.

아다지오의 제2악장은 첼로가 서정적인 선율을 천천히 노래하는데, 애수와 염원이 섞인 듯한 이 선율은 마치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가곡을 듣는 기분이다. 후반부에 첼로가 호소하듯이 내는 아주 저음의 깊은 소리는 우리의 감정을 한없이 자극한다.

론도형식인 제3악장은 첼로가 밝고 아름다운 가곡풍의 론도주제를 시작하고 사이사이에 발랄하고 해학적인 제1부주제(1악장의 제2주제와 동일)와 에피소드적인 제2부주제가 교대로
연주된다. 전체적으로 밝고 경쾌한 분위기이지만 마지막 큰 울림 후 한탄하는 듯한 짧은 피치카토의 종결이 묘한 여운을 남긴다.

영국의 저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벤자민 브리튼의 피아노 반주에 로스트로포비치가 연주한 첼로의 우아하고도 호소력 있는 소리가 담긴 CD로 감상하였는데, 곡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뛰어난 연주에 우리 동숭친구들 모두 깊이 빠져들며 큰 감동을 받는 모습이었다.

휴식시간 후 두 번째로 감상한 곡은 프랑스 최고의 낭만파 작곡가인 베를리오즈(1803~1869)의 <이탈리아의 해롤드-비올라 독주가 있는 교향곡>이었다. 베를리오즈 하면 으레 그의 대표적 표제음악인 <환상교향곡>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작곡에 천재성을 발휘하면서 당시에 볼 수 없던 대규모의 다양한 악기편성과 다채로운 음향 등으로 관현악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던 그는 환상교향곡 이외에도 이야기가 있는 표제음악(Programme Music)을 다수 작곡하였다. 이번에 감상한 <이탈리아의 해롤드>는 환상교향곡만큼 극적인 전개는 아니나 그가 이탈리아 유학시절 받은 인상과 경험등을 바탕으로 작곡한 또 하나의 아름답고 멋진 표제음악이다.

이곡은 당초 파가니니의 요청에 의해 비올라협주곡의 형태로 작곡이 시작되었으나 낭만성이 뛰어난 베를리오즈의 표제적 작곡성향은 화려하고 기교적 연주를 좋아한 파가니니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결국 베를리오즈 자신이 가졌던 악상에 따라 비올라 독주가 들어있는 교향곡으로 완성하였다.

표제의 'Harold'는 영국의 낭만파 시인 Byron의 자전적 장편 시 “Childe Harold's Pilgrimage(해롤드 도련님의 巡遊)”에서 따온 것인데, ‘Harold’는 우울한 몽상가적 성격을 가진 귀공자이다. 베를리오즈는 1830년 로마대상 수상으로 약 2년간 이태리 로마에서 유학생활을 할 때 겪은 우울했던 경험과 인상 등이 바이런 시의 내용과 유사함이 있음을 느끼고 Harold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 이를 비올라독주로 표현하는 고정악상(idee fixe)으로 하여 4악장의 교향곡 형태로 작곡하였던 것이다.

이 곡의 무대인 로마 동쪽의 아브루치(Abruzzi)산은 베를리오즈가 유학시절, 그전에 초연된 환상교향곡에 대한 프랑스 청중들의 악평과 그 곡의 작곡 동기가 된 영국 여배우 Harriet Smithson에 대한 실연 등으로 마음이 울적할 때면 곧 잘 방문, 산책하던 우수적 추억이 깃든 곳이다.

'산속의 해롤드--우수, 행복과 환희의 장면'으로 표제가 붙은 제1악장은 우울한 고뇌를 표현하듯 아주 낮고 무겁게 서주가 시작되어 어두운 분위기가 계속된 후 점차 고양되면서 비올라가 하프반주를 배경으로 감상적인 선율의 해롤드 주제(고정악상)를 아름답게 노래한다. 이어 행복과 환희를 표현하는 빠른 속도의 主部가 시작되어 밝고 경쾌하며 활기찬 연주가 이어지고 변주에 의한 해롤드의 다른 모습도 보이면서 화려하게 곡이 끝난다.

제2악장, 멀리서 수도원의 종소리가 은은히 들리는 가운데 일단의 순례자들이 찬송가를 부르며 다가와서는 다시 멀리 사라져 간다. 이때 비올라가 고정악상을 연주하면서 이들을 보고 있는 해롤드를 표현하고, 외로움에서 희망과 만족, 다시 불안과 고립감으로 변하는 그의 감정 변화를 오케스트라가 아름답고 실감나게 그린다.

제3악장의 표제는 ‘아브루치 산사람이 그의 연인에게 보내는 세레나데’이다. 빠른 3박자의 춤곡이 경쾌하고 익살스럽게 연주된 후 잉글리쉬 호른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세레나데를 부르며 목동이 사랑을 노래하고 있음을 보인다. 이때 비올라의 해롤드 선율이 겹치면서 무척 아름다운 화음을 이룬다.

제4악장은 ‘산적들의 향연, 앞 장면의 회상‘이다. 금관악기를 필두로 한 전 오케스트라의 격렬한 음악이 계속되며 그 사이사이에 앞선 세 악장의 의 주제들이 부분적으로 등장하고, 비올라는 탄식하듯 고정악상을 연주한다. 이윽고 해롤드는 산적의 소굴로 들어가 사라지고 산적들의 요란한 향연 모습만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순례자들의 행진과 해롤드 주제가 멀리서 반향 하듯 잠시 들린 뒤 산적들의 광란 모습으로 곡이 끝난다.

독일 태생 최고의 비올리스트 Tabea Zimmerman의 비올라 독주와 서울시향 지휘 등으로 우리에게도 친숙한 Eschenbach가 지휘한 파리 오케스트라 연주의 DVD로 감상하였다.

윤화자 동문은 음악도 음악이지만 Zimmerman의 연주모습과 그녀의 깊은 눈동자에 빠져들었고 손이 아닌 눈으로 연주하고 있었다는 멋진 감상소감을 아가길 카톡방에 올려주었고, 식사 시간에 최일옥 동문은 언젠가 그리스 여행을 할 때 아테네 남쪽 해안에 있는 포세이돈 신전 근처에서 이곡을 들으며 동행한 여행객들과 있었던 에피소드를 재미있게 이야기 하였다. 또한 최인용 동문은 당일 동음회가 파한지 얼마 안 되어 지금은 독일 라이프치히대학 악기박물관에 1대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아르페지오네 악기의 사진을 용케 구하여 카톡방에 올리는 기민함을 보였다. 동음회가 우리 동숭친구들의 문화생활에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기쁘고, 많은 친구들의 관심과 성원에 감사를 드린다.

참석자:  이종윤, 최인용, 조희자, 김영순, 오상태, 정덕진, 최일옥, 임혜순, 김두환,  
            장순근, 이정균, 홍종철, 안소연, 윤화자, 이방환, 부정애, 김내원, 이동화




윤화자 이동화 동음회 후기를 읽으며 항상 느끼는 거 지만 '이 보다 더 잘 쓸순 없다' 랍니다.
마치 한편의 아름다운 소설을 읽는듯 빠져들어요.
아마도 감상 후기를 읽으려 참석하는지도 모르지요.ㅎ
감사합니다.

17·05·28 22:37

이동화 '내용이 너무 길어 지루하지 않을까, 그래도 하고싶은 말은 쓰야지, 하지만 흥미가 없는 친구들도 많을텐데...'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올린 글을 끝까지 읽어주시고 과분한 칭찬까지 해주시니 황공무지입니다. 감사하고 또 감사 드립니다.

17·05·29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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